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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

600만명을 죽인 사람이 '평범한 회사원' 같다면 믿으시겠어요?

by 물결 941213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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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기의 재판이 열렸는데, 바로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에 대한 재판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유대인 600만 명을 가스실로 보낸 총책임자였거든요. 이 내용은 책으로 출판되었는데, 책 제목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입니다. 재판이 예루살렘에서 열렸거든요.   

 

 

 

1. 작가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 

 

뉴스에서 각종 흉악범죄를 보도하면서 가끔 그 사람들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합니다. 사진을 보면 대부분 이 사람이 흉악범이고 살해를 저지를만 했구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사람의 죄는 그 사람의 얼굴에 드러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가끔 나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고, 상습적으로 악행을 했는데 겉으로 볼 때는 평상시 보던 보통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이런 사람들은 영화에서 악당의 표본이 됩니다. 옆집 아저씨처럼 보이는데 사실 알고 보니 연쇄 살인마였다든가 하는 스토리 있지 않습니까? 

 

유대인 600만 명을 가스실에 보내고, 잔인하게 고문을 하고, 죽였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홀로코스트라고 부르는데요. 이 사건을 지시한 총책임자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 사람은 히틀러 정권에서 활동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란 사람인데, 너무 평범해 보이고, 심지어 친절해 보이기까지 한 인상이었다고 합니다. 마른 체구에 커다란 안경을 쓰고, 깔끔한 정장에 당당한 자세의 50대 중년 남성인데 도무지 범죄자스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그런 잔인한 지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재판에서 아돌프 아이히만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악은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어떻게 사람이 평범한 상태에서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지 정리해 주었는데, 첫 번째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고, 두 번째 생각 없이 시키는 일에 복종하고, 마지막으로 끔찍한 사건을 평범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악행은 타인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고도 반성을 못하는 것이고, 그저 누군가 시켜서 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남에게 떠 넘기면서 안심하는 사람들.. 그리고, 범죄를 범죄가 아닌 것처럼 포장해서 스스로 범죄행위에 무감각해져 가는 과정에서 일상화가 된다고 합니다. 

 

'죽음', '방화', '학살' 같은 단어를 '최종 해결책', '재정착', '특별조치' 등의 용어로 부르다 보면 어느 사이 이것이 악행인 줄 모르게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미치광이 같은 범죄자들은 연쇄살인을 벌이고도 그 사람에게 자유를 주었다고 표현하나 봅니다. 

 

 

 

2. 아돌프 아이히만은 어떤 사람일까?

 

아돌프 아이히만은 나치당의 초급 장교였습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면서 초고속 승진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유대인 문제에 대한 전문가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유대인 학살을 담당하게 된 것이었죠. 

 

놀라운 것은 아돌프 아이히만이 엄청난 신념을 가지고 나치당에 입당한 것이 아니고, 회사를 매일 다니다가 지치고 지겨워서 퇴사를 하고 26세에 나치당에 들어간 것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홧김에 회사를 퇴직하고 정치 당원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회사에 충성하듯이 자기 일에 충실했습니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높았기 때문에 나치당이 원하는 대로 유대인을 효율적으로 국외로 내보는 일에 집중했던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좀 더 빨리, 좀 더 많은 유대인을 추방할 수 있도록 강제 이주를 위한 행정기구를 한 건물에 통합 설치하여 공장처럼 행정처리를 해서 유대인들을 수용소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유대인을 가스실로 옮기는 열차 운행까지 지시를 하는 등 인간으로서 하기 힘든 일들을 저지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사람은 출세와 성공에 대한 욕망이 큰 사람이었지 정치적으로 나치에 빠져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나치의 일에 동조하게 되는 일을 했지만, 그 범죄가 너무 무거워 결국 사형을 당하게 되었지만,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3. 아돌프 아이히만이 무죄를 주장한 근거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재판에서 본인이 살인죄로 기소된 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본인은 실제로 유대인이든 유대인이 아니든 누군가를 죽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봅니다. 최종 보스는 언제나 대기업 회장이나 조직의 보스인데, 실제로 본인이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장면입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자기의 죄는 다만 '유대인이 독일 땅에서 없어지도록 시킨 것'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죄를 저질렀다면 '교사'행위 밖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시키는 일만 했다!

 

범죄자들에게서 많이 듣는 말입니다. 아이히만은 당시 나치의 법률상에는 자신이 했던 일들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업무였다는 것이죠. 

 

담당 공무원으로서 국가에서 시킨 일을 처리했는데 그것이 어떻게 범죄가 될 수 있냐는 것이죠. 본인의 죄는 나라에 복종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 주장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도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잘못된 정권하에서 저질러진 수많은 범죄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때 나왔던 범죄자들도 모두 같은 말들을 했었습니다. 국가에서 시킨 일이라고 말이죠. 

 

재판 결과, 아이히만은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실제로 사람을 죽인 일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책임이 더 크다고 보았습니다. 담당 공무원으로서 범죄를 지휘했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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