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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

어려운 철학 책이 읽기 힘든 이유와 읽을 수 있는 방법

by 물결 941213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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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읽는 분야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못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만 즐겨 있는 편이라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은 손이 잘 가지 않는 편입니다. 속칭 그런 책은 어려운 책들인데, 오늘은 어려운 책을 읽기 힘든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1. 책을 읽고 이해하기 위한 조건 

 

어떤 새로운 책을 읽으면, 그 책에 적힌 지식을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책도 존재를 합니다. 그렇다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책은 왜 그럴까요? 한글로 되어 있어서 읽을 수 있는데, 머릿속에 이해가 1도 되지 않으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 책의 내용을 미리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앞뒤가 안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제가 잘 이해할 수 있고, 읽어서 지식을 더 넓힐 수 있었던 책은 조금이나마 제가 그 책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은 그 책을 미리 경험해 본 경우입니다.

 

읽기 전에 어떻게 책 내용을 미리 아냐고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실제로 아주 조금이라도 그 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거나 몇몇 단어라도 알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더 쉬워지는 것이고, 전혀 듣도 보지도 못한 책을 처음 접하게 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어렵고 이해가 안 되더라도 억지로라도 읽었다면, 그것 자체가 경험이 되어 다음 그 책의 내용을 다른 곳에서 보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이해할만해지는 것입니다.

 

책이 새로 나오면 서평과 추천사가 돌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 서평과 추천사를 읽고 이 책을 읽고 싶은지 판단을 하게 되는데 이런 콘텐츠가 바로 미리 그 책을 경험하게 해 주는 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2. 내가 카뮈라는 철학자를 알게 된 사연 

 

저는 주로 읽기 편한 에세이류와 자기 계발, 재테크 서적을 읽습니다. 위인전과 역사책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과학책은 관심 가는 영역만 읽는 편이고, 시와 소설, 철학 분야는 읽지 않았습니다.

 

시와 소설은 제가 감수성이 부족하여 큰 감동을 얻기 힘들었고, 철학은 왜 읽어야 하는지 공감대 형성이 안되었을 뿐 아니라 내용도 어려워서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철학 분야를 생각했을 때 그나마 공자, 노자, 맹자와 같은 동양철학은 좀 가깝게 느껴졌지만, 소크라테스니 플라톤이니 하는 서양철학은 아주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별로 관심도 없던 서양철학 중에서도 생소한 카뮈나 니체와 같은 철학책을 읽게 된 사연을 공유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카뮈와 니체라는 분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이분들의 책은 원래부터 어렵게 쓰여 학식이 높은 사람이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피지컬 100]이란 프로롤 봤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후반부에 준결승전에서 추성훈 선수가 탈락을 합니다. 제가 추성훈 선수를 응원하고 있어서 손에 땀을 쥐면서 봤는데, 추성훈 선수가 탈락한 경기명이 바로 '시지프스의 형벌'입니다.

 

이 단어는 알베르트 카뮈가 쓴 '시지프스의 신화'에 나오는 모티브를 따서 만든 경기입니다. 시지프스는 신의 노여움으로 평생 무거운 바위를 정상으로 끝없이 밀어 올리고 다시 굴러 떨어지면 다시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카뮈는 이 신화를 인용하여 사회의 부조리를 설명하려고 책을 쓴 것이었습니다.

 

저의 관심사가 이동한 방향을 대략 이렇습니다.

 

넷플릭스에서 피지컬 100을 재밌게 보다가 좋아하는 선수가 탈락한 경기명인 시지프스의 형벌을 보고, 저 뜻이 무엇인가 궁금했고, 찾아보니 카뮈라는 철학자가 쓴 '시지프스의 신화'라는 책에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기를 보니 무거운 통나무를 탈락자가 나올 때까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도록 끝없이 밀고 다니는 방식이었는데, 정말 지독한 형벌이라고 느꼈습니다.

 

문득, 카뮈라는 철학자가 이 시지프의 신화를 어떻게 표현했고, 응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대략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이 시지프스의 형벌과 흡사하다는 표현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이렇게 부조리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희망을 가져야 하는 점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겸사겸사 카뮈라는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저는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를 읽기 전에 넷플릭스를 통해 손톱만큼의 흥미와 시지프스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읽게 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읽은 후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용 자체가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음 카뮈에 대한 어떤 책을 접하게 되면, 지금보다는 좀 나은 이해력을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3. 내가 니체라는 철학자를 알게 된 사연 

 

같은 개념으로 니체라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저에게 니체는 이름만 어렴풋이 아는 수준이었고, 철학자라는 것 외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연히 이 사람 쓴 책은 본 적도 없고, 무진장 어려워서 범인은 접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 정도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니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배경과 이 사람이 쓴 책을 읽어볼 용기를 갖게 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전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단단한 벽처럼 어렵게 느껴지지만, 작은 트리거나 흥미, 관심 정도만 경험을 해도 그 문턱이 조금씩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이란 책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페이지수가 무려 1천 페이지에 가까운 책이라 읽다가 지쳤고, 내용도 문화, 역사, 철학, 예술, 사회, 과학 등 딱딱한 내용들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후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알고리즘에 의해 소환된 동영상에서 '영원회귀'라는 이론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영원회귀는 철학자 니체가 주장한 삶과 죽음에 대한 관계였는데, 인간은 죽으면 본인이 살아온 인생과 똑같은 인생을 무한히 계속 반복해서 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 말은 지금의 저는 지금의 삶을 수백만 번 반복해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부모님을 만나, 같은 여자랑 결혼하고, 같은 딸을 낳아서 키우는 과정을 무한반복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여기에는 니체가 주장하는 철학적 소견이 숨겨져 있습니다만, 저는 '영원회귀'라는 개념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사실, 제가 보는 유튜브에 느닷없이 니체의 '영원회귀'이론이 등장한 것은 제가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회귀물 웹툰을 검색해서 찾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웃기지 않습니까? 회귀물 웹툰을 찾아보았더니, 유튜브가 철학자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콘텐츠를 추천하다니.. 전혀 계열이 다른 콘텐츠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묘하게 니체의 '영원회귀'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제가 읽은 웹툰 회귀물은 대부분 첫 인생에서 비참하게 죽은 인물이 과거로 돌아가 2회 차, 3회 차 인생을 산다는 줄거리였고, 실제로 무한반복적으로 과거로 돌아가 성장을 거듭해 무림최강이 된다는 내용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 웹툰 작가들이 니체의 철학책을 읽다가 모티브를 잡아서 스토리를 만들었나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회귀물 웹툰 때문에 갑자기 등장한 니체라는 철학자 동영상 때문에 저는 니체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동영상을 몇 개 더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이란 책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이상한 현상이 생겼습니다. 넷플릭스 때문에 알게 된 카뮈와 회귀물 웹툰 때문에 알게 된 니체라는 사람에 대한 내용을 접한 후라서 그랬는지, 철학 편이 쉽게 이해가 되었고, 심지어 재미까지 느껴졌던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보니, 저는 어려운 책이 왜 읽기 어렵고, 이런 책을 읽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책들이 읽기 어려운 이유와 이런 책들을 읽기 위해 배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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