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는 마니아층이 확실한 분야 같습니다. 저는 극장에서 하는 상업영화만 보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제를 알게 되어 좋은 취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영화제를 즐기는 저만의 방법을 공유해 드립니다.
1. 내가 나를 위해 해 줄 만한 것이 없을 때
이미 나이는 50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인생을 되돌아보면 내가 나를 위해 해 준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대부분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키우는데 인생을 소모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나만의 여행을 하겠다고 훌쩍 해외로 떠날 수도 없고, 고가의 명품을 구입해서 나만의 자존심을 찾는 것도 부담이 됩니다. 언젠가 내 인생을 스스로 풍족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회사에서 영화제 마니아인 동료를 따라 부산 국제영화제를 1박 2일로 갔다 온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영화제를 즐겨서가 아니라 그냥 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양해를 구하고 하루 나만의 여행을 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 기대도 안 하고 갔던 부산 국제영화제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낙 인기가 있어서 온라인으로 표를 예매하지도 못했는데, 현장에 가서 보니 커다란 게시판에 취소표가 등록되어 현장에서 바로바로 구입해서 영화를 볼 수도 있었습니다. 저도 구경삼아 돌아다니다가 시간에 맞는 취소표를 구해 영화를 봤습니다.
체코,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극장에서는 평소 볼 수 없는 생소한 국가의 생소한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고, 그 내용 또한 상당히 독창적이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든 영화가 아니므로 감독이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한두 시간 영화를 보는 동안 스스로 기쁨을 느꼈습니다. 스크린에 흘러가는 주인공과 줄거리를 보면서 내 인생에 빗대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1박 2일의 영화제 첫 경험 후 저는 시기가 되면 틈틈이 혼자서 영화제를 찾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시간도 하루 이틀이면 충분했고,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으면서, 나 혼자서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2. 제가 갔다 온 영화제 특징
저는 부산 국제영화제 2번, 무주 산골영화제 2회, 부천 판타스틱 국제영화제 3번을 다녀왔습니다. 혼자 갔던 적도 있고, 가족들과 함께 휴가 겸으로 갔던 적이 있습니다.
부산 국제영화제를 가족들과 갔을 때는 와이프와 딸이 부산시장과 다른 곳에 부산관광을 할 동안 저는 영화제를 돌고 저녁에 만나서 식사를 하고 하루 자고 그다음 날 기차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혹시나 영화제에 관심이 있을지 몰라 데려가 보았는데, 부산이 워낙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영화제에 흥미를 나타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주 산골영화제는 좀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아무것도 모른 채 혼자 버스를 타고 다녀왔는데, 무주 산골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영화가 무료였고, 대신 상영 전 광고가 좀 많은 편이었습니다. 중앙에 막걸리와 파전 등 먹거리가 풍부한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두 번째 갈 때 가족과 같은데, 역시 와이프와 딸은 무주구천동 계곡에 내려주고 저는 영화제를 즐겼습니다. 대신 밤에 산에서 하는 야외영화를 가족들과 함께 감상했습니다. 시기적으로 6월 첫 주에 하기 때문에 밤에는 시원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낮에는 계곡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는 서울에서 근거리였기 때문에 숙박이나 하루 휴가를 내지 않고도 주말을 이용해 다녀올 수 있어서 좋습니다.
7호선 지하철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으니 주말 아침 일찍 갔다가 하루 3편 정도 보고 근처에서 혼자만의 만찬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면 딱 하루 코스의 여행이 됩니다.
올해도 부천 영화제는 하루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3.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즐기기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는 7호선 부천시청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5분이면 영화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보통 영화제는 상영관을 여러 개를 묶어서 운영하는데, 부천 영화제는 부천시청에 극장이 서너 개 있고,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CGV소풍에 극장 서너 개, 그리고 버스로 서너 정거장 떨어진 곳에 메가박스와 민속박물관에 극장을 묶어서 총 4개의 포스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부천영화제를 즐기는 방법은 부천시청과 CGV소풍 2개 포스트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중심으로 예약하는 것입니다. 거리가 도보로 15분이라 이동이 편하고, 이동하는 중간에 영화제를 위한 먹자골목이 발달해 있어 점심을 사 먹기도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오전 10시 30분 첫 영화를 예매하고, 12시쯤 끝나면 점심을 먹고, 13시 30분이나 14시 영화를 예매하고, 마지막으로 16시쯤 영화를 하나 더 보고, 먹자골목에서 소주 한 병과 나만의 정찬을 즐기면, 하루에 영화 3편을 몰아서 보고 귀가할 수 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저녁 7~8시 정도 되는데, 크게 부담 없는 일정입니다.
영화를 감상한 여운을 위해 술 한잔이 필요하므로 가능하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2023년 부천영화제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딸 저녁을 차려줘야 하는 일이 생겨서 2편만 감상하고 귀가를 했지만, 오랜만에 영화제를 다녀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평소에는 못했던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저 주인공이 나였다면 나는 어떤 판단을 했을까 등등 많은 상상을 하게 됩니다. 상업영화는 그저 흥미와 재미를 위해 보게 되고, 워낙 각본이 뛰어나 관객이 스스로 감정이입을 하기 쉽지 않은데, 영화제의 영화는 다릅니다.
아직 전주 영화제를 못 가봤는데, 기회가 되면 전주의 맛있는 음식도 즐길 겸 전주 영화제를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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