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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다큐영화 '이소룡-들' : 죽어서도 이슈였던 이소룡

by 물결 941213 202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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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7회 부천 판타스틱 국제영화제를 다녀왔는데, 우연히 관람하게 된 '이소룡-들'이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이소룡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감동과 슬픔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1. 제목이 '이소룡-들'인 이유 

 

단순히 이소룡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해서 부천영화제 예매사이트가 오픈되자마자 예약을 했고, 예상대로 만석이었습니다. 제목이 '이소룡-들'이었는데, 영화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소룡은 1974년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 찍었던 영화들이 아시아계 무술 영화로는 처음으로 전 세계 흥행에 히트한 상태라 그 충격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이소룡-들은 이소룡 사후 이소룡을 대체할 인물을 찾아 어떻게든 영화 수입을 유지하려는 제작사들에 의해 발굴은 이소룡과 얼굴, 무술 실력이 닮은 배우들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배우들의 이름도 이소룡과 유사하게 마음대로 붙여졌습니다. 원래 이소룡은 부루스리(Bruce Lee)인데, 부루스 라이, 부루스 료, 부르스 드래곤(거룡), 블랙 드래곤(흑룡) 등의 이름으로 데뷔한 아류 배우들입니다. 흑룡은 심지어 이소룡 무술을 흉내 내는 흑인 배우입니다. 

 

출신도, 홍콩, 미얀마,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등 다양합니다. 이들은 자신이 어떤 이름으로 영화에 오픈되는지도 모른 채 단순히 이소룡과 얼굴이 닮고 무술을 한다는 이유로 채용된 사람들이었습니다. 

 

보통 유명 배우가 죽고 그 후속을 준비해도 영화 몇 편이면 족할 텐데, 이소룡에 대한 아류 영화는 무려 300편이 넘게 제작되었고, 이후 10년간 B급 영화로 꾸준히 흥행을 했습니다. 엄청난 인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소룡이 찍다가 중단된 사망유희 후반이나 정무문 2, 정무문 3 등 아류배우를 활용한 후속작을 찍다가, 이제 아류 배우들의 특성을 가미한 새로운 이소룡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코믹버전을 만들거나, 007과 같은 첩보물을 만들기도 했고,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과 대결하는 영화도 제작이 되었고, 심지어 여러 아류배우들을 동시에 출현시켜 이소룡 클론이 나오는 영화까지 상상력을 모두 동원해 이소룡 영화의 생명력을 끌고 나갔습니다. 

 

10년이 흐른 뒤, 서서히 이소룡의 인기가 저물 무렵에 등장했던 성룡과 홍금보도 처음에는 이소룡 아류 영화를 찍으면서 데뷔를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이들은 자신의 색깔이 이소룡과 다름을 인식하고 바로 자신만의 스타일의 영화를 찍으면서 드디어 영화계는 이소룡의 그늘에서 벗어나 성룡과 홍금보, 원표를 통한 새로운 무술 트로이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이소룡-들에서는 다양한 이소룡 아류배우들의 실제 인터뷰로 진행이 되는데, 당시가 어떤 상태였고, 어떻게 영화를 제작했었는지 그들의 실제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어, 이소룡의 인기와 함께 이소룡의 대역을 연기했던 분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2. 이소룡 아류 영화 주인공들의 삶 

 

영화에는 거룡이란 한국분도 이소룡의 아류영화의 주인공으로 활동했는데, 이번 영화의 제작자로도 참여했고, 영화를 모두 보고 관객과의 대화에도 나오셔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습니다. 

 

영화를 보면 예전에 '골든하베스트'란 영화사를 통해 자주 보았던 익숙한 단골 홍콩배우들이 나옵니다. 그분들은 대부분 이소룡 아류 영화에 출연한 분들에 대해 조금 안타까운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만약, 그분들이 이소룡 아류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고, 좀 더 영화발전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각각 수십 편의 이소룡 영화를 찍었지만, 이 분들은 단지 이소룡을 흉내 내는 데에만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영화에서의 자신만의 정체성이 없었습니다. 대사도, 표정도, 행동도 모두 과거 이소룡 영화를 참고해서 비슷하게 답습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제작사도 그것을 원했고, 심지어 이 분들을 이소룡 아류영화를 찍는 도구정도로 심하게 활용한 점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작비가 부족해서 위험한 액션에도 대역을 쓸 수 없었고, 허리골절, 타박상, 근육손상 등 부상을 몸에 달고 하루종일 촬영을 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쉬지 못하고 새벽부터 새벽까지 촬영을 했던 적도 있고, 며칠간 집에 가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촬영을 했다고 하니 당시의 제작현실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류의 주인공들은 그만큼의 대가도 못 받고 제대로 된 영화계약도 모른 채 끌려다니며 촬영을 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인 줄 알고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마음대로 편집되어 두 편으로 분할되어 오픈되기도 하고, 급여도 무술 대련 장면이 나오는 횟수에 정액 얼마로 책정되어 돈을 벌려면 하루종일 싸우는 장면을 찍어야 했고, 지금처럼 편집기술이 뛰어나지 않아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찍을 때까지 반복해서 무술을 해야 해서 체력고갈이 심했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소룡 마니아로서 직접 출연한 영화뿐 아니라 사실 아류로 나온 영화도 심심치 않게 본 적이 있었는데 제 눈에는 액션이 이소룡보다 못해 보다 말았는데, 의외로 유럽과 미국에서 아류 영화들이 히트를 했다고 합니다.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 일본, 홍콩 등 동양인이 구분이 되지 않아 이소룡이 그저 무술실력이 대단한 동양인 정도로 알려져 있어서 누가 연기를 하든지 무술장면만 괜찮다면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70년대, 80년대를 살아온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 세대이지만, 당시 영화판은 제작사들은 돈을 쓸어 담고, 배우들은 생활이 열악했던 것 같습니다. 이소룡-들은 그 당시 영화인의 모습을 실제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였습니다. 

 

 

3. 역사책의 한 챕터였던 홍콩 영화계 

 

과거 홍콩 무술영화를 좋아했다면 골든 하베스트 영화사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대부분의 홍콩 히트영화는 골든 하베스트에서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사는 거의 망해가는 작은 영화사였는데, 미국에서 홍콩으로 컴백한 이소룡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면서 마셜아트 무비로 크게 성공해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1년에 400편 가까이 영화를 찍어 냈다고 하니 엄청난 생산량이고, 그만큼 영화도 공장식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아침에 홍콩 영화 세트장에는 트럭에 조명, 목수, 미장이들이 한가득 타고 와서 하루종일 영화 세트장을 만들고, 새벽까지 촬영을 하던 것이 당시 생활이라고 합니다. 

 

홍콩영화 중 이소룡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중국인에 대한 전세계적 이미지도 제고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하니 대단한 인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영화에 나온 제작사 사장들의 인터뷰를 보면 당시 영화 제작사들이 얼마나 돈을 긁어모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없었기 때문에 이소룡 가족의 허락도 없이 장례식 장면을 편집해서 마치 실제 이소룡이 나오는 것처럼 속여서 개봉하기도 하고, 이소룡과 악수하는 장면 하나만으로 이소룡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홍보를 하기도 하는 등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이소룡을 돈벌이에 이용했습니다. 

 

그것도 결국 10년 천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홍콩영화는 거의 망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제대로 된 히트작이 없는 것도 있지만, 홍콩의 영화제작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대부분 세트를 중국으로 옮기고 나서였습니다. 

 

중국에서 영화에 대한 통제는 워낙 심했기 때문에 자유로운 영화제작이 힘들었던 것도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장년층은 젊은 시절 홍콩영화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소룡 영화를 시작으로 성룡, 주윤발, 이청하, 유역비 등입니다. 지금은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긴 하지만, 재미가 없어서 못 봐줍니다. 한국영화가 현재는 세계적으로 더 유명하고 볼만합니다만, 롱런하기 위해서는 홍콩영화계의 실수를 밟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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