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가족 중에 향년 99세로 돌아가신 분이 계셔서 장례식에 참석을 했습니다. 제사를 지내고 입관식을 진행했는데, 입관식을 하면서 돌아가신 분이 관에 옮겨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슬픔과 함께 죽음에 대해 고민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1. 입관식을 하면서 고인을 만지도록 하는 이유
장례식에 가서 입관식까지 참석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운 분이나 가족 장례 외에는 참석할 기회가 없습니다.
입관식에서는 먼저 고인을 소독하고, 준비한 소복을 입은 채 가족들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사망하신 후 어떻게 진행했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듣고,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고인을 만져보도록 합니다.
그 이유는 이제 고인은 하늘 혹은 사후 세계로 떠나는데 그 길이 험난하므로 조금이나마 이승의 온기를 머금고 떠나가시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그 의미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순서대로 저도 고인의 얼굴을 만지고, 팔을 주무르고 순탄하게 이승을 떠나시도록 명복을 빌었습니다. 그 과정은 어느 정도는 불교의 의식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티벳 사자의 서'라는 책을 보면 죽음 이후의 49일간의 중간단계를 거치면서 어떻게 지나가는지에 따라 해탈을 하기도 하고, 다시 환생을 하여 고통스러운 인생을 다시 살기도 한다고 합니다.
결국, 입관식을 하면서 고인을 한번 만져보고 보내드리는 이유는 분명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하고, 다시 환생을 하거나 해탈과 같은 영생을 얻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마지막 이별의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하면 적절할 듯합니다.
2. 죽음 이후 사후세계가 존재할까요?
21세기에는 우리의 과학 수준 놀랍도록 발전하여 우주의 생성원리와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등 상상할 수 없는 질문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립자, 미립자의 세계까지 과학의 힘으로 밝혀내는 중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과학적으로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과학보다는 종교계에서 좀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영속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려면 죽음 이후 사후세계에 대한 약속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사후세계에 대한 존재의 질실여부를 떠나 각자 종교에서 정의하고 있는 사후세계를 믿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천국과 지옥을 논하고 불교에서는 해탈과 환생을 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후세계는 정말 존재할까요? 사실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임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이유는 없습니다. 스스로 판단하여 자기만의 세계관을 갖추는 것이 가장 절실합니다. 자칫 남의 말대로 믿고 맹신하다가 본인의 인생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의 인간들은 종교가 번성하기 전부터 죽음에 대해서 특별한 인식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살아있을 때 사용하던 물건을 함께 무덤에 넣어 두거나, 실제로 살아있는 하인 등을 무덤에 함께 묻거나, 이집트처럼 미라로 만들어 다시 돌아올 때 사용할 육신을 보존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과 진시황의 병마용처럼 사후세계에서도 거대한 왕국을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 등입니다.
그리고, 사후세계를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현실세계를 좀 더 열심히 바르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죽은 후 좀 더 좋은 곳으로 가려면 살아 있는 동안 좀 더 바르게 살면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가르침들 때문일 것입니다.
3. 죽음 이후 사후세계가 없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사후세계는 없다고 믿는 편입니다. 즉, 죽으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무의 상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후세계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받는 질문 중에 가장 많은 것은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사후세계를 믿는 사람들은 주로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비록 육신의 생명은 종료가 되더라도, 영혼은 새로운 세계를 찾아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후세계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저는 반대로 영혼이 육신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육신 내부에 영혼도 함께 존재를 하다가 육신과 함께 소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평소에도 나의 자의식에 의해 마음속의 나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분명 육신과 다른 영혼과 같은 의식체가 존재하는 듯 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영혼이란 개렴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습니다.
철학자 중에 니체는 '나'라는 존재는 전적으로 '신체'일뿐 그 밖에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고, 영혼조차도 단시 신체에 깃든 어떤 것을 표현하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니체에 따르면 신체는 커다란 이성이고, 정신은 작은 이성이므로, 영혼은 신체의 작은 도구나 놀잇감 정도라고 정의했고, 진정한 나 자신은 신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만약 인간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육체와 분리되어 사후에 어떤 고귀한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존재라고 한다면, 왜 현실세계에서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동물과 똑같은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으면서 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인간이 영혼이 있는 고귀한 존재로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면, 태어나서 밥 먹고, 성장해서 일하다가, 은퇴해서 병들고, 나이 들어서 죽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동물의 인생과 달라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고, 인간의 인생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라 니체가 말한 것처럼 육체야말로 진실한 '나'이므로 살아있는 현실세계에서 나 육신과 내 육신에 깃들어 있는 마음을 관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죽은 후에 새로운 세계에서 영생을 누릴 생각을 하지 말고, 살아있는 이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삶을 마감할 때 후회를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죽은 이를 위한 책, '티벳 사자의 서'가 놀라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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