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팔순잔치로 형제들이 모두 예산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예산 본가가 비좁아 할 수 없이 저는 근처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는데, 바로 덕원온천 여관이었습니다. 모텔이라고 부르기는 좀 오래되어 여관이란 표현을 사용했지만, 정말 훌륭했습니다.
1. 우연히 발견한 덕원온천
올해 팔순을 맞이하신 아버지께서 예산으로 내려가신 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이미 예산 사람이 다 되셨는데,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매주 가시는 온천이 바로 덕원온천이었습니다.
저는 잠잘 공간이 없어서 근처 여관에서 자겠다고 했더니, 어머님께서 잠시 고민하시더니 덕원온천에 전화를 하셔서 방이 있는지, 방값은 얼마인지 확인해 주셨습니다.
하루 방값은 4만 원이고, 온천티켓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여관에는 어머니께서 차로 데려다주셨는데, 제가 아들이라고 소개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온천티켓을 2장 주셨습니다. 덕분에 당일 저녁에 온천을 한 번 하고, 다음날 새벽에 온천을 한번 더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방값은 3만 원입니다. 온천이 현지인 기준 5천 원인데, 2장을 주셨으니 어쩐지 이득을 본 것 같았습니다. 이곳은 비교적 사람이 적고, 온천에도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좋았는데, 이유가 있었습니다.
덕원온천 위치를 보니,
큰 도로에서 우회전하여 유사한 온천장 2개를 지나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덕원온천을 콕 집어서 찾아오지 않는 이상 비슷한 온천이 근처에 있었으니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덕분에 아는 사람만 오는 명소가 된 것이죠.
2. 덕원온천 숙박과 목욕
방은 침대방으로 선택했는데, 시트도 깨끗하고, 에어컨도 잘 나오고, 냉장고에는 생수도 2병이 있었습니다. 침대의 쿠션은 단단한 편인데, 오히려 꿀렁꿀렁한 것보다는 좋았습니다. 어자피 여관급에서 고급 침대 매트리스를 구비할리 없기 때문에 물렁물렁하게 스프링이 약해진 것 보다는 단단한 것이 수면에 편했습니다.
문은 호텔처럼 카드키로 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여관답게 열쇠로 되어 있고, 문을 따고 들어가면 덧문이 하나 더 있어서 내부에서 한번 더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보안이 염려되신다면 여성분들은 조금 불안하실 수 있겠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이곳은 모텔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약해서 이 정도 시설은 감안하시고 오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화장실은 전반적으로 낡은 느낌이었지만, 치약을 빼고 샴푸나 비누, 수건은 모두 정갈하게 배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여행 다닐 때 제 치약과 칫솔, 면도기, 로션 등을 다 챙겨서 다니기 때문에 숙박시설의 어메니티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에어컨을 약하게 틀고 잤는데, 아주 조그맣게 슉슉 소리가 들렸는데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소리였습니다. 깜깜하니까 조용해서 들렸던 것 같습니다. 새벽까지 웹툰을 보다가 잠들었는데 푹 잘 잤습니다.
온천은 물이 기가 막혔습니다.
원래 제가 고향이 대전이라 유성 온천을 주로 이용했고, 할아버지께서 천안에 사셔서 어렸을 때는 도고 온천을 자주 갔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안보 온천을 좋아해서 성인이 된 이후에는 수안보에 자주 갔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덕원 온천에서 물이 좋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단 온탕에 온천물이 철철 넘쳐흘렀고, 냉탕의 물이 아주 차갑지 않았습니다. 이 점이 중요한데, 실제 온천물을 사용하는 곳의 냉탕은 미지근하거나 아주 차갑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물을 데워서 사용하는 곳은 가스비 때문에 온탕에만 뜨거운 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냉탕은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해 아주 차갑습니다. 반면, 뜨거운 온천물을 공급받는 곳에서는 반대로 식혀서 냉탕에 공급하기 때문에 냉탕이 아주 차갑지 않은 것입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이곳이 원탕물을 직접 받는 몇 군데 안 되는 곳이라고 자랑하셨는 데 사용해 보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물론, 온천탕 외에 시설은 여관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낡았지만 깨끗한 곳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3. 나중에 다시 한번 온다면
덕원온천은 나중에 휴가를 내고 혼자서 다시 한번 와야겠습니다. 그 이유는 하룻밤 지내보니 이곳은 정말 저와 같은 온천 마니아에게 딱 맞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숙박비도 하루 4만 원으로 저렴하고, 목욕티켓도 여유 있게 주시고, 방 컨디션도 제가 혼자 굴러다니기에는 충분하고 깨끗했습니다. 제일 만족스러운 것은 온천물이 좋다는 것이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휴가가 바로 온천하고 아무 방해를 받지 않고 푹~ 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돈 10만 원이면 2박 3일 머무르면서 식사비까지 나올 듯한데, 이보다 가성비 좋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휴가는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근처 식당도 조사를 해 보았는데, 순두집과 김치찌개, 삼겹살, 해장국, 중국집 등이 있어서 밥을 사 먹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어 보였습니다.
또 하나 좋은 점을 찾았는데,
바로 근처에 시간 보내기 좋은 카페가 있다는 점입니다. '덕산커피'라는 곳인데 새로 오픈했는지 깨끗했습니다. 아침에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테이크 아웃하면서 내부 시설을 보니 제가 좋아하는 안락한 소파들이 많았고, 디자인도 모두 달라서 취향대로 골라서 앉으면 될 듯했습니다.
제가 혼자서 보낼 하루 일과를 생각해 보면,
새벽에 깨끗한 탕에서 온천을 즐기고, 방에 올라와서 차가운 생수 좀 마시고 좀 더 자거나 몇 시간 휴식을 취한 뒤, 슬슬 걸어 나와 김치찌개나 청국장에 밥을 먹으면서 소주 한잔 하고, 덕산커피로 이동해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 주문하고,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보던지, 웹툰을 하루 종일 보다가 이른 저녁으로 순두부찌개 한 그릇 먹고, 방에 들어가서 양치하고, 침대에서 데굴데굴 하는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정말 멋진 게으름뱅이 휴가입니다. 제가 현재 번아웃 상태라서 이런 휴가를 한번 상상해 보았습니다. 나중에 2박 3일 정도는 꼭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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