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의 실제 역사를 보면 태종 이방원이 중전의 집안을 숙청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어떻게 처가 식구들을 죽이게 되었고, 그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1. 태종 이방원에게 처가 식구들의 의미
태종 이방원은 대군 시절에 큰 힘이 없었습니다. 본인의 왕권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전략적인 성품과 강력한 국가건설에 대한 철학이 투철했지만 배경이 없었습니다.
그에게 사실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준 것이 바로 처가 식구들입니다.
태종 이방원의 아내인 원경황후 민씨는 당시 권력가였던 민제의 여식으로 이방원보다 2살 연상입니다. 18세에 이방원과 결혼해서 임금이 될 때까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니 조강지처임이 틀림없습니다.
사실 태종 이방원에게 부인 민씨가 없었다면 왕이 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태종만큼 야망이 있었던 민씨는 태조 이성계가 고려를 망하게 하고 조선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이방원을 임금으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투자했습니다.
동생들인 민무구, 민무질을 포섭하고, 1차 왕자의 난에는 숨겨둔 무기를 활용해 이방원의 사병을 무장시켜 이기는데 공을 세웁니다.
사실 부인 민씨와 그녀의 식구들은 태종 이방원이 싸움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면 모두 죽음을 당할 입장이었기 때문에 서로 똘똘뭉쳐 힘을 보탤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이방원이 임금이 되었을 때 이들은 바로 1등 공신 중 서열 1등급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태종 이방원에게는 처가 식구들이 본인에게 큰 도움을 준 은인 중의 은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태종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준 처가 식구들을 모두 죽여버렸을까요?
2. 태종 이방원이 중전 민씨 집안을 박살 내버린 이유
화장실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생각이 전혀 다르다고 하죠. 본인이 급해서 화장실을 찾을 때는 일만 시원하게 볼 수 있다면 뭐든지 해 줄 것 같은 생각이지만, 막상 볼 일을 마치고 나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 이방원도 임금이 된 이후 생각을 고쳐 먹게 됩니다.
이것은 이방원의 성격과 국정철학과도 연결이 됩니다. 그는 철저하게 왕권을 바로 세우고,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임금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임금이 되고 보니 중전의 라인업이 너무 강력해 대신들이 외척세력을 두려워해 본인이 마음대로 국가를 통치하는데 견제세력이 될 수 있고, 본인 이후 임금이 될 세자까지 생각해 본다면 처가 식구들이 국가를 주무르게 될 것을 염려했습니다.
그래서, 태종은 임금이 되자마자 후궁을 9명까지 둘 수 있도록 후궁 제도를 정비해 의도적으로 중전 민 씨를 멀리하고 견제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종은 걱정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장인어른인 민제는 학문과 덕이 높아 유학자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었고, 처남이었던 민무구와 민무질은 군대를 장악하고 있었고, 중전이었던 민 씨도 성격이 강직하고 여러 대신들에게 정치력을 미치고 있었으니까요.
결국, 시간이 흐르면 민씨 집안 때문에 왕권이 약해질 것이고, 외가에서 성장한 세자는 왕이 된 이후 처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죠.
장인 민제는 권력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어서 항상 몸을 낮추고, 태종의 눈치를 살피며 가족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말고 조신하게 살도록 타일렀습니다.
하지만, 민제가 죽고 나자 태종은 본색을 드러냅니다. 사실 태종이 민제가 사망할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렸는지도 모릅니다.
태종 이방원은 마음먹은 대로 일사천리로 처가의 세력을 모두 숙청해 버립니다. 이 작업으로 태종은 조선 초기에 가장 강력한 왕권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혜택은, 태종 다음 임금이었던 세종대왕이 모두 받게 됩니다.
세종대왕은 탄탄하게 닦인 왕권을 바탕으로 덕치를 선보이고, 한글을 창제하고 과학, 음악 등을 발달시키며 최고의 조선시대를 이끄는 명군이 되었으니까요.
3. 비극을 맞게 된 중전 원경황후의 집안사람들
중전 원경왕후의 아버지 민제는 본인 집안이 박살 나기 전에 사망합니다. 당시 민제의 나이는 70세였고, 고려말부터 조선시대까지 정승으로 살았으니 인생에 후회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민제는 다행스럽게 험한 꼴을 안 보고 죽을 수 있었지만, 군부의 핵심 세력이었던 민무구, 민무질 형제는 태종이 선위(세자에게 왕권을 넘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얼굴에 기쁜 표정을 지었다는 이유로 숙청당합니다.
처음에는 공신 대우와 녹권을 빼앗고, 그다음은 관직을 회수하고, 그 다음은 유배를 갑니다. 그리고 결국 수개월 뒤에는 자결을 명령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됩니다.
민무회, 민무휼 등 중전의 다른 형제들도 아주 사소한 이유로 죽습니다.
양반의 노비가 뇌물을 사용해 도망쳐 국가 소속의 노비가 되어 주인에게서 탈출한 이야기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죽고, 또 민무구, 민무질이 반역을 꽤 할 때 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습니다.
그들이 죽게 되는 과정도 태종의 성격을 엿볼 수 있습니다.
태종은 그들에게 유배의 벌을 내리면서 절대 도망을 못 치게 감시할 것이며, 혹시라도 자결을 하려고 하면 막지 말라고 지시합니다. 그렇다 보니 과잉 충성파들이 알아서 그들에게 자결을 유도했던 것이죠.
태종이 정치 10단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본인은 직접적인 지시를 하지 않지만, 뉘앙스를 풍겨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사람들을 잘 조종했습니다.
결국 중전이었던 원경왕후는 아버지도 잃고, 형제들이었던 민무구, 민무질, 민무회, 민무휼이 모두 죽게 되는 슬픔을 겪게 됩니다. 그 이후 중전의 삶은 안 봐도 비디오지요.
저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자주 읽습니다. 만화책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도 편하고 드라마 보면서 궁금한 대목 찾아보기도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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