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와 정신 중 어떤 쪽이 진정한 '나'인지는 영원한 논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 스스로 어떤 쪽을 더 믿는지 고민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신체가 진정한 '나'라고 믿는 편인데, 철학자 중 니체가 그런 주장을 했었습니다.
1. 서양 철학자로서 반대의 주장을 했던 니체
원래 서양의 철학 사상은 플라톤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플라톤은 파이돈에서 영혼은 불멸의 존재이며, 육체는 영혼이 떠나면 소멸되는 존재로 설명했습니다.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라는 표현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플라톤은 영혼은 선하고 순수하고 죽지 않는 존재로 묘사했고, 육체는 악하고 천하며 소멸되는 존재로 묘사하여 영혼이 육체보다 우위에 있다는 이원론을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영혼과 육체로 분리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신과 인간, 천국과 현실, 남자와 여자, 서양과 동양 등 이원론의 기원이 되었고, 한쪽이 다른 한쪽이 열등하다는 열등론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조는 지금까지 서양의 철학자들이 대부분 동조하는 이론이었는데, 니체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았습니다. 니체는 '나'라는 존재는 전적으로 '신체'일뿐 그 밖에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영혼은 단지 신체에 깃들어 있는 어떤 것을 표현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니체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신체는 커다란 이성이지만, 정신은 작은 이성이고 단지 신체의 작은 도구이자 놀잇감이라는 것입니다. 즉, 진정한 나는 바로 신체라는 것입니다. 니체는 육체를 비하하고 정신을 숭상하는 플라톤주의자와 기독교인을 비판하였습니다.
니체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의 뒤에는 신체가 있고, 바로 그 신체 안에 자신이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니체 입장에서 진정한 나는 신체이고 자기이며 커다란 이성이었던 것입니다.
니체가 신체, 육체, 몸이 진정한 '나'라고 주장하는 글을 읽으면서 묘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읽었던 대부분의 과학, 철학 에세이 등에서는 정신, 영혼, 마음이 진정한 '나'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신, 영혼이 진정한 '나'라고 주장하는 글을 보면 영혼이 상당히 고귀한 무엇으로 생각합니다. 그 근본 배경에는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은 동물에는 없는 영혼이라는 고귀한 무엇이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그런 심리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간이 동물과 특별히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밥 먹고, 응가하고, 나이 들면 늙고, 병들어서 죽는 것은 똑같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 인간이 특별했다면, 이런 생로병사에서 벗어난 존재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거북이를 키우는데 이제 6~7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파충류인 거북이는 영혼이 없을까요? 마음이 없을까요? 그건 우리가 알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꼭 인간만이 영혼이 있다는 식으로 써진 글을 보면 좀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니체가 솔직하게 육체, 신체가 바로 내가 아닌가라는 주장은 상대적으로 명쾌하게 느껴졌습니다.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니체가 정신을 무시한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작게 보았던 것뿐입니다. 몸 안에 깃든 작은 도구 정도로 말입니다.
2. 니체가 자신의 신체를 관리했던 방법
니체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는 평생을 신체적인 질병과 정신적인 우울증으로 고통받아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았음에도, 자신의 정신이 신체에 있고,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니체라는 철학자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자신의 몸이 괴롭고 고통스러우면, 오히려 종교라던가 신에 귀의하던지 정신적인 것에 심취하여 현실의 괴로움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니체는 항상 질병에 시달렸기 때문에 자신의 저서에 건강하게 살기 위해 음식섭취, 기후와 장소의 선택, 자신만의 휴식방법까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니체가 자신의 신체를 관리했던 방법을 살펴봅시다.
식사를 든든하게 하는 것이 너무 적게 하는 것보다 소화가 잘 된다. 오래 질질 끄는 식사를 피해야 한다. 간식과 커피를 먹지 말아야 한다. 커피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차는 아침에만 견딜만하니 조금만 마시되 강하게 마시는 게 좋다. 가능한 오래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건조한 공기와 맑은 하늘이 있는 장소와 기후를 선택해라. 모든 독서는 나에게 휴식이다. 많은 것을 보지도, 듣지도, 자기에게 다가서도록 내버려 두지도 말아야 한다.
니체는 평생 동안 질병의 경계에서 오갔다고 합니다. 그에게 병은 삶을 절망에 빠뜨릴 정도로 고통 그 자체였는데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았다니 정신적으로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니체가 주장했던 초인은 자신을 극복한 존재라는 의미 었는데, 이렇게 병들고 지친 자기의 신체를 극복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니체는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제는 건강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고 좋아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삶을 병으로 인해 포기하지 않고 건강해지기 위해 자신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영혼을 사랑하는 방법보다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몸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쉽습니다. 몸은 태어날 때 받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고, 죽을 때까지 입어야 하는 마지막 옷이기 때문에 스스로 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관계는 나와 내 몸과의 관계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삶은 절대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게 확실합니다. 니체의 삶을 생각하면, 내 몸을 좀 더 건강하게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신체가 진정한 '나'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원래 몸과 정신 중 진짜 내가 어느 쪽이냐를 고민하는 것은 내세사상과도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정신이 전정한 나라고 주장하는 편에서는 죽은 후 영혼은 존재하여 부활, 내지는 환생 등 윤회라는 개념을 믿습니다.
하지만, 몸에 진정한 나라고 믿는 쪽에서는 죽음 이후는 아무것도 없다는 쪽을 믿습니다. 죽음으로 인해 몸이 소멸했으니 나도 사라지는 것입니다.
사실 죽음 이후를 고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 죽음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이러니 저러니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착하게 살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등,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죽어서 사람으로 환생하고, 나쁜 일을 하면 동물로 환생한다는 것...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이론이 아닌가요?
저는 무엇보다 제 몸을 아끼려고 합니다.
50세가 되고 보니 스스로 몸의 기능이 저하되고 신체기능 일부가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은 인생의 행복은 제 신체가 어디까지 건강하게 견뎌주느냐에 달려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화는 당연한 것이지만, 누구는 하루도 참기 힘든 질병으로 견디는 하루가 되고, 누구는 따뜻한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을 즐기는 하루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독감이라도 걸려 보세요. 고열에 눈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픈 것만 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됩니다. 저는 올봄에 꽃가루와 황사로 비염과 결막염에 시달렸는데, 하루종일 눈가려움증과 콧물, 재채기로 고생을 하다 보니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신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적정할 운동보다는 격렬한 운동이 더 낫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무릎, 어깨, 허리 등에 심한 통증으로 침을 맞고, 헬스를 하고, 수영을 하고,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았는데, 일시적인 증상완화만 있을 뿐 통증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딸의 다이어트 지원을 위해 복싱클럽에 함께 등록했는데, 딸 보다 제가 더 효과를 보았습니다. 복싱은 심장이 터질듯한 수준까지 움직이는 격렬한 유산소운동입니다. 4개월째 다니고 있는데, 온몸의 체력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강력하게 몰아붙이는 게 복싱의 특징입니다.
이렇게 운동을 하다 보니 어느 사이 무릎, 허리, 어깨 등 관절의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근육이 붙어서인지, 유연성이 생겨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설픈 운동보다는 격렬한 운동이 저에게 맞았나 봅니다.
혹시라도 몸이 더 망가질까 봐 격렬한 운동을 오히려 피했는데, 반대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무릎이 시큰거려서 연골이 나갈까 염려했지만, 복싱클럽에서 줄넘기를 천 개씩 하면서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을 회복시키고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몸이 나라는 공식은 정말 직관적이고 확실합니다. 내 몸에 힘이 넘치고 컨디션이 좋다면, 작은 풀잎 하나만 바라보아도 행복해집니다.
아주 작은 것에도 행복감이 느껴진다면 이 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요?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영양제 챙겨 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일 열심히 하는 겁니다. 전 인간이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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